https://blog.naver.com/uspatentnews/224066795230
한 걸음만 텍사스에 닿아도 소송 가능? - Comcast 사건으로 본 특허 소송지 기준
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나 콘텐츠 배포 네트워크(CDN)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, 내가 어디서 소송을 당할 ...
blog.naver.com
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나 콘텐츠 배포 네트워크(CDN)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, 내가 어디서 소송을 당할 수 있는지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.
특히 미국의 동부 텍사스(Eastern District of Texas)는 특허 소송에서 원고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꼽히며,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이 이곳에서 소송에 휘말리고 있습니다.
2025년 10월 21일, Comcast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(Federal Circuit)에 제기한 청원은 바로 이 ‘특허 소송 장소(venue)’ 기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사건입니다.
클라우드 시스템처럼 여러 지역에 걸쳐 작동하는 기술에서, 단 한 단계만 특정 지역에서 수행되어도 소송을 걸 수 있는가?라는 질문이 핵심입니다.

사건 개요
Comcast는 콘텐츠 배포 기술을 두고 Sandpiper CDN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습니다.
해당 특허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 ‘방법(method) 청구항’을 포함하고 있었고, Sandpiper는 그 중 적어도 한 단계가 텍사스에서 수행되었다며 소송이 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.
하지만 Comcast는 자신들의 서버는 해당 지역에 없으며, 어떤 단계도 텍사스에서 수행되지 않았다고 맞섰습니다.
그러나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Gilstrap 판사는 "단 한 단계라도 지역 내에서 수행됐다면, 그걸로 충분하다"며 Sandpiper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.
이에 Comcast는 사건을 연방순회항소법원에 가져가, 그 기준이 타당한지를 다시 따져보자고 요구한 것입니다.
법적 배경: 왜 ‘한 단계’가 쟁점이 되었나
이 사건의 쟁점은 특허 침해 소송이 어디에서 제기될 수 있는지, 즉 ‘재판지(venue)’의 법적 기준에 관한 것입니다.
먼저, 28 U.S.C. § 1400(b)에 따르면, 특허침해소송은
- 피고의 거주지, 또는
- 피고가 침해행위를 하고 통상적이고 고정적인 사업장(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)이 위치한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습니다.
한편, 28 U.S.C. § 1391(c)(2)는 일반적인 민사소송에 적용되는 규정으로, 법인인 피고는 그에 대해 인적관할(personal jurisdiction)이 있는 모든 지역에 ‘거주’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. 이 두 조항을 종합하면, 인적관할이 인정되는 모든 지역이 재판지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.
실제로 1990년 VE Holding v. Johnson 판례에서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(CAFC)은 §1391(c)(2)를 특허소송에도 적용하여, 인적관할이 있는 모든 법원이 곧 적법한 재판지(venue)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.
이에 따라, 원고들은 피고에게 인적관할만 입증하면 사실상 미국 내 대부분의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고, NPE(Non-Practicing Entity)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을 골라 소송을 제기하는 ‘포럼 쇼핑’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.
이러한 NPE는 일반적으로
- 청구항 해석(Markman order)이 빠르고,
- 디스커버리 절차가 신속하며,
- IPR이 개시되더라도 소송이 쉽게 중단(stay)되지 않는 법원을 선호합니다.
이로 인해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처럼 원고 친화적이라고 평가되는 곳에 소송이 집중되었습니다.
그러나 2017년 TC Heartland v. Kraft Foods 판례에서,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흐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.
대법원은 특허침해소송의 재판지 판단 기준은 §1400(b)에 한정되며, §1391(c)(2)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.
즉, 피고가 법적으로 설립된 주(state of incorporation)가 아닌 곳에서는, 단순히 인적관할만으로는 재판지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.
이 판결은 VE Holding 판례를 폐기하고, 특허소송에서의 포럼 쇼핑을 제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.
하지만, TC Heartland 이후에도 여전히 ‘행위(act of infringement)’가 어디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재판지가 달라질 수 있어, 이번 Comcast 사건처럼 ‘한 단계만 침해해도 해당 지역에서 소송이 가능한가?’라는 문제가 새롭게 부각된 것입니다.
핵심 쟁점: '모든 단계' vs. '단계 하나만'
현재 미국 내 각 지방법원은 방법 청구항의 특허 소송에서 ‘침해 행위(act of infringement)’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릅니다.
- ‘한 단계라도 충분’(One-Step Rule)
- 텍사스의 Gilstrap 판사와 Albright 판사 등은 하나의 단계라도 해당 지역에서 수행됐다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.
- 이는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기술처럼 분산된 시스템에도 유리한 해석입니다.
- ‘모든 단계를 한 지역에서’(All-Steps Rule)
- 반면 다른 판사들(예: Jordan 판사)은 모든 단계가 한 지역에서 수행되어야 소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.
- 이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과거 NTP v. RIM 사건에서 밝힌 "방법은 모든 단계가 수행돼야 '사용'으로 본다"는 판례를 따릅니다.
결과적으로 이 해석 차이로 인해 법원 간 판단이 엇갈리고, 원고가 유리한 지역을 골라 소송을 제기하는 ‘포럼 쇼핑’이 계속 문제되고 있습니다.
Comcast의 주장: “소송지 남용을 막아야 한다”
Comcast와 미국 상공회의소(U.S. Chamber of Commerce)는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청원을 내며, 모든 단계가 수행되어야만 침해 행위가 성립된다고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.
- Comcast는 §1400(b) (특허 소송지 법)와 §271 (특허 침해 정의)의 해석이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, 모든 단계가 수행되어야 침해가 성립된다는 기존 기준을 강조합니다.
- 또한, TC Heartland 사건 이후 억제되던 ‘포럼 쇼핑’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며, 단 한 단계만으로 소송이 가능하다는 해석은 법의 취지를 위반한다고 봅니다.
반대로 Sandpiper는 현대 기술은 여러 지역에 걸쳐 분산되어 작동하기 때문에, 모든 단계를 한 지역에서 수행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 소송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.
기술 기업들의 전략까지 바꿀 수 있는 판결
연방순회항소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, 클라우드·SaaS 기업을 비롯한 기술 기업들의 소송 전략과 기술 인프라 운영 방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.
- Comcast가 이길 경우 (All-Steps Rule 채택)
- 원고는 모든 단계가 하나의 지역에서 수행됐음을 입증해야 하므로, 소송 가능 지역이 대폭 줄어듦
-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의 경우, 소송지는 사실상 피고 본사나 설립지에 국한
- 포럼 쇼핑 감소, 기술 기업에게 소송 리스크 감소
- 원고들은 방법 청구항 대신, 시스템 청구항(system claims)을 활용할 가능성 ↑
- Sandpiper가 이길 경우 (One-Step Rule 유지)
- 어느 단계라도 수행된 지역이면 소송 가능, 소송지 선택 폭 넓어짐
- 포럼 쇼핑 유지, 동부 텍사스 등 원고에 유리한 법원 집중
- 기업들은 서버 배치나 데이터 센터 위치에 따른 법적 리스크 고려 필요
시사점: 분산 시스템 시대, 특허법은 어디로 가야 하나?
이 사건은 현대 기술 환경에 맞는 특허법 해석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.
클라우드와 분산 시스템이 기본이 된 지금, 특허 침해 소송도 더 이상 물리적인 장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습니다.
TC Heartland 판결이 ‘포럼 쇼핑’ 문제를 일정 부분 제어했지만, 방법 청구항의 특성상 발생하는 새로운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.
이번 Comcast 사건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그 기준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, 그리고 특허 소송의 판세가 기술 기업 중심으로 얼마나 이동할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입니다.